여행 2010. 1. 6. 10:11

솔렉에서 아번까지 이사겸 여행하기 1 - 미끄러운 491도로편



유타주 솔트레이크씨티부터 알라배마주 아번까지 장장 6일간의 여행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아번에 있는 한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짐정리가 끝나지 않은 채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여행첫날부터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여행전 계속 눈이 왔어서, 유타주에서 콜로라도로 넘어가는 도로가 엄청 미끄러웠습니다. 
살금살금 조심해서 갔지만, 결국 도착하기 직전에 차가 미끄러졌는데, 오른쪽옆으로 떨어지려고 해서 핸들을 한번 왼쪽으로 살짝 돌리니, 
반대편 차가 오는 방향으로 차가 돌더군요. 

황급히 다시 핸들을 돌리니 이번엔 제 뒤에 따라오던 차들쪽으로 차가 돌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이성을 잃고, 핸들을 마구 이리돌렸다 저리돌렸다했고, 결국 차는 도로위에서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플립처럼 환상적인 세바퀴 턴을 보여주고 옆의 눈구덩이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정말 대형사고가 날뻔 했습니다.
여행떠나기전 혹시나 해서 AAA멤버쉽을 가입하고 왔는데, 아주 요긴하게 견인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차를 견인받고 다시 운전을 하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사슴이 나타났습니다. 또 미끄러질까봐 핸들은 도저히 꺽질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아보았지만, 아이스링크 같은 도로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봤자였죠.

사슴은 도로를 지나가다말고 제차를 발견하더니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제차를 바라보며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슴이 본네트위까지 올라왔다가 오른쪽 옆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사슴은 그리 다치지 않았는지, 혼자 벌떡 일어서더니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제차는 본네트가 좀 찌그러졌구요.

 

아까 사고가 났을때 한 미국인 아저씨가 견인차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려주고 다시 같이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서 배꼽을 잡고 웃더군요. 제가 이 밤을 평생 잊지 못할거라며 호언장담 하신답니다.

 

첫날 목표로 했던 Mesa Verde는 결국 눈이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따뜻한 뉴멕시코의 White Sands National Monument로 얼릉 이동했습니다.

유타 Moab에서 콜로라도 Cortez로 이어지는 491번 도로는 정말 평생 못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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